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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한국 뉴스 “저 가마 속에서 어떤 놈이 나올는지는 나도 몰라 허허” 2017-08-02
 
 
 
입력 : 2010-01-18 13:20:29 | 수정 : 2011-06-07 16:03:31

불 빛깔이 도자기 운명 좌우…제 때 장작 넣는 것이 비결
대한민국 명장 14호 서광수 선생 소성 체험기













일반

“저 가마 속에서 어떤 놈이 나올는지는 나도 몰라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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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18 13:20:29 | 수정 : 2011-06-07 1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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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빛깔이 도자기 운명 좌우…제 때 장작 넣는 것이 비결
대한민국 명장 14호 서광수 선생 소성 체험기



경기도 이천에서 '한도요'를 운영하며 전통 가마에서 도자기를 굽는 서광수 선생. 서 선생은 대한민국명장 14호로 이름이 알려졌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13일 새벽 서 선생이 가마 앞의 불 빛깔을 살펴보며 이로미를 꺼내고 있다. ⓒ뉴스한국“쨍그랑”
“어머, 또 시작이야. 저거 그냥 날 주면 좋을 텐데….”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이천에 소재한 한도요 서광수(대한민국장인 14호, 무형문화제 사기장 41호) 선생의 가마 앞을 가득 메운 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쏟아진다. 가마에서 막 빠져나온 달항아리 하나가 서 선생이 든 망치에 맞아 그 자리에서 박살이 난다.

800~900도 사이의 초벌 이후 1300도에 달하는 재벌을 견디는 사이 몇몇 도자기는 갈라졌고, 금이 갔고, 흙이 묻었다. 도자기로서 가치가 없는 것은 가마를 빠져나오는 순간 생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다시 한 줌 흙으로 돌아갔다.

가치가 떨어지는 도자기를 가차 없이 깨뜨려야 살아남은 도자기의 가치가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장인에게 도자기를 빚는 것과 도자기를 깨뜨리는 것은 다른 일이 아닌 셈이다.

도자기로 유명한 경기도 이천이지만 전통 가마를 고수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전통 가마는 장작만으로 온도를 올리기 때문에 불 때는 이의 인내와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가마에 불이 지피는 순간부터는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이 시작된다. 불은 장작을 무서운 기세로 집어 삼키며 춤을 추기 시작해 도자기 사이사이를 휘감으며 열기를 전한다.

서 선생의 2010년 경인년 첫 소성(가마에 도자기를 굽는 과정)은 지난 12일 오후에 시작됐다. 뉴스한국 취재진은 자정을 넘긴 13일 0시 30분경에 가마터에 도착했다.

일렬로 붙어 있는 6개의 전통 가마에는 초벌을 통해 엄선된 도자기가 각자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개떡(도자기를 올리는 곳) 위에 올라 서 있다.

도자기의 유약을 녹이기 위해서는 1300도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서 선생은 가마에 쉴 새 없이 소나무 장작을 집어넣는다. 초벌과 재벌을 합해 가마 하나에 투입되는 소나무 장작은 15톤에 달한다.

강원도 등지에서 공수한 소나무는 몸이 반듯해 쪼개기가 쉽고 불에 쉽게 탄다. 1년 동안 잘 말라 진이 빠진 장작은 불 속에서 금방 사그라진다. 소나무 재는 제 형체를 남기지 않기 때문에 불이 오가는 길을 방해하지 않는다.

2~3달에 한 번씩 가마에 불을 지핀다는 서 선생은 그 때마다 밤을 지새우며 불을 살핀다. 시시각각 변하는 불빛을 놓치면 도자기의 생사가 갈리고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가마 안의 온도는 1300도에 달한다. 가마 안에서 도자기의 몸은 20%가량 줄어든다. 소나무 장작에서 힘을 얻은 불이 가마 안으로 스며드는 바람을 타고 춤을 추며 도자기 사이를 숨가쁘게 지난다. 불과 불 사이의 공간과 온도차가 도자기 사이에 고스란히 각인되면서 도자기는 예상치 못한 빛깔을 갖게 된다. ⓒ뉴스한국가마의 온도를 1300도까지 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1250도에서 1300도까지 50도를 올리는 데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소요된다. 다행히 이날은 알맞은 바람이 아래서부터 불어와 늙은 장인의 노고를 덜어 주었다.

가마를 덮은 흙은 불심이 강한 이천 흙이다. 가마 구멍에서 날름거리는 불의 혀가 가마 위까지 치솟아 검은 그을음을 남기고 다시 잦아들었다. 가마 위로 흙을 덧씌우고 손질을 잘해야 오랫동안 쓸 수 있다.

불 빛깔을 보는 직관은 서 선생이 지난 50평생을 지내오며 얻은 것이다. 새로운 장작을 넣은 후 다시 장작을 넣는 시기는 불 빛깔에서 결정된다.

장작을 막 집어넣었을 때 불빛은 밝은 주황이지만 온도가 높아질수록 제대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찬란한 하얀색을 드러낸다. 오랜 세월 섬광과도 같은 불빛을 봐온 터라 서 선생의 눈은 많이 지쳤다.

불 온도가 어느 정도 됐다 싶은지 서 선생이 가마 앞 찬 바닥에 세로로 누어 작은 구멍으로 쇠꼬챙이를 집어넣는다. 어른 엄지손가락만한 도자기 조각인 ‘이로미’는 가마 속에서 유약이 잘 녹았는지를 보여준다.

가마 한 개에 이로미가 대게 3개 정도 들어간다. 장작을 집어넣고 가마 앞에 누어 이로미를 꺼내느라 서 선생은 새벽 졸음도 없이 바빴다.

새벽 3시를 넘기면서 서 선생은 찬 바닥에 누웠다가 일어나는 것이 힘겨운지 자주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중간에 위치한 가마 온도를 올리는데 시간이 걸리자 서 선생은 “니가 내 속을 썩이냐, 이놈아”라며 장작 몇 개를 들어 잽싸게 집어넣는다. 장작을 넣은 후 서 선생은 오른쪽 팔을 앞 뒤로 돌리며 저려오기 시작한다고 했다.

가마에 난 손바닥만한 구멍으로 정확하게 장작을 집어넣는 데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장작이 도자기를 쳐서는 안 되며 안쪽에서부터 일렬로 누울 수 있게 해야 한다. 서 선생은 어려서 좁다랗게 새끼줄을 양쪽에 치고 그 사이에 장작 넣는 연습을 했다.

새벽 내내 서강혁(20) 씨가 가마와 서 선생을 지켰다. 서강혁 씨는 서 선생의 막내 동생인 서광염 씨의 아들로 중학교 2학년때 도자기로 진로를 결정했다. 올해 한국도예고등학교 졸업반인 그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도자기의 깊은 속살을 서 선생에게 배운다고 했다.서광수 선생이 가마를 내려다보고 있다. 불은 도자기 공예의 대미를 장식하는 중요한 단계이지만 인간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장인이 열심히 불을 지핀다고 해도 그날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과 속도, 습도, 장작의 상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뉴스한국가마에서 한두 발짝만 물러서면 한겨울 새벽 찬 공기가 온 몸을 엄습했다.

서 선생은 그렇게 밤 새 겨울 칼바람과 가마가 내뿜는 열기를 오갔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도 서 선생은 가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불(火) 장인’이라고 불릴 만큼 불을 잘 다루는 그 이지만 매 순간 변하는 불 빛깔을 지켜 볼 때는 늘 긴장된다.

“형체를 만들고 유약을 잘 써야 하지만 마지막에 불을 잘 때야 합니다. 이 불을 통해서 생각지도 않은 작품,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작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젖 색깔처럼 뽀얀 달 항아리가 나올 때면 감동적입니다.”

이날 새벽 여섯 번째 가마까지 불을 다 지핀 후에야 서 선생은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가마 속 도자기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지는 불과 가마만이 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