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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전통을 잇는 사람들] <20> 도자기 명장 韓陶 서광수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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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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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명장 14호·경기도 무형문화재 41호
명인의 예술혼·불의 혼 어우러져 흙에 생명을 불어 넣다
[관련이슈] 전통을 잇는 사람들
입력 : 2010-09-01 01:45:29
전통방식을 지키기 위해 장작가마를 고집하며 도자기를 굽고 있는 도예명장이 있다. 대한민국 명장 14호, 경기도 무형문화재 41호 한도(韓陶) 서광수(徐光洙·63) 장인이다. 도자기의 고장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서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1961년 14세의 어린나이로 동네 그릇공장에 취직해 처음 흙과 인연을 맺게 된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41호 서광수 장인이 경기도 이천시 남정리 자신의 작업실에서 무지백자 달항아리를 빚고 있다.
그릇공장에서 3년간 일하며 틈틈이 독학으로 도예의 기본을 익힌 서씨는 1963년 당시 한국 최고의 도예 명인 도암 지순탁(1912∼93) 선생 문하에 들어가 본격적인 도예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지순탁 선생이 운영하던 고려도요에서 밤낮으로 흙과 불을 다루며 착실히 실력을 쌓은 서씨는 1976년 도자기 애호가로 고려도요를 즐겨 찾던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눈에 들게 되어 이씨가 설립한 도평요의 가마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1986년 경기도 이천시 남정리에 자신의 호를 딴 한도요(韓陶窯)를 설립해 꿈에 그리던 자신만의 가마를 가지게 된다.
서씨는 도자기 제작의 모든 과정을 철저히 전통 방식에 따른다. 흙은 서산, 하동 등 7개 지역의 백토를 섞어 사용하며 유약과 안료도 대리석, 석회석 등을 자연에서 채취해 직접 만들어 쓴다. “가스를 사용하는 가마에서 나온 도자기는 작품이 아니라 상품에 가깝죠.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가스가마로는 전통가마에서 나온 도자기만이 가질 수 있는 오묘한 아름다움을 절대 흉내낼 수 없습니다.”
서씨가 소나무 장작을 사용해 36시간 꼬박 불을 지펴야 하는 전통가마를 고집하는 이유이다. 가마에 불을 지피고 옆에서 불을 지키며 도자기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서씨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마치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이랄까. 이렇듯 도자기를 굽는 소성(燒成)의 시간은 서씨에게 언제나 설레는 기다림이다.
◇50년 동안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빚은 ◇서광수 장인이 초벌구이를 마친 백자에
서광수 장인의 손바닥에는 지문이 모두 포도나무잎을 그려넣고 있다.
달아 없어져 버렸다.
두달에 한번 가마에 불을 지피는 날은 서씨의 후원회원들을 비롯해 전국의 도자기 애호가 200여명이 모여든다. 한번에 대략 150점의 도자기를 구워 그중 30여점만이 선택되고 기준 미달의 도자기는 가차없이 서씨의 망치에 박살이 난다. 이때는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의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나온다고 말하며 자식 같은 도자기를 깨부수는 애단 심정을 애써 웃음으로 털어내려는듯 서씨는 허허 웃는다.
◇서광수 장인이 맨발로 흙을 다지고 있다. ◇불이 지펴진 가마 안에서 도자기들이 구워
도자기의 기본이 되는 흙은 서산, 하동 등 지고 있다. 꼽가 하루 반 나절이 걸리는 소성
7개 지역의 백토를 구해다 섞어 쓴다. (燒成)의 시간은 서씨에게 언제나 설레는
기다림이다.
서씨는 백자, 청자, 분청, 진사 등 모든 종류의 도자기를 만들지만 가장 아끼고 즐겨 만드는 도자기는 아무 문양이 없는 무지백자 달항아리이다.
◇진사팔각요변호 ◇분청고향요 ◇청자동자문항아리
“사람에게 혼이 있듯이 불에도 혼이 있다고 믿습니다. 사람의 혼과 불의 혼이 어우러졌을 때 제대로 된 도자기가 만들어집니다.” 무지백자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흰색인 유백색, 어머니의 젖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불의 온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도예가들은 너무 쉽게 작품을 만들려고 해 안타깝습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짧은 시간에 마구 만들어내 싼값에 판매하다 보면 진정한 작품은 영원히 만들 수 없을 텐데 말입니다.”
◇백자 무지 달항아리. 서광수 장인이 가장 아끼고 즐겨 만드는 도자기이다. 은은한 유백색이 나와야 제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서씨는 요즘 내년에 있을 도예 입문 50주년 회고전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150여점을 전시할 예정인데 작품이 모자라 걱정이라고 한다.
반세기 동안 매일 도자기를 만들었지만 진정 마음에 드는 작품은 서광수 명장에게는 아직도 부족하다. 서씨는 오늘도 물레에 흙을 올려 지문이 닳아 없어진 자신의 손으로 묵묵히 도자기를 빚는다. 이런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글·사진=남제현 기자 jehyun@segy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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